대출, 특허권도 투자할 수 있게 될까?...증권가, ‘새 먹거리’ STO 준비 본격화 _2023.05.24 CHOSUN BIZ 기사
토큰증권발행(STO)이 여의도 증권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이 STO를 허용하는 내용의 ‘토큰 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당장 신사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많았지만, 조금씩 신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 국회에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토큰 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연내 관련 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STO(g)는 토큰 증권 발행을 말한다. STO는 토큰화 증권 등 명칭이 제각각이었으나 지난 2월 금융위가 ‘토큰 증권’이라 부르기로 공식화했다. 토큰 증권은 증권법에 따라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현재 주식은 예탁결제원의 중앙집중식 계좌가 필요한데, 토큰 증권은 토큰 자체에 거래 기록이 내장되기 때문에 중앙집중식 계좌부가 필요 없다. 분산원장 기술은 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화된 서버가 아닌 분산화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 및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토큰 증권은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이나 주식 등 금융 자산, 특허와 같은 무형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한 것을 의미한다. 코인이 증권이 아닌 디지털 자산이라면, 토큰 증권은 증권형 디지털 자산이다. 따라서 토큰 증권은 자본시장법의 규율 대상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은 토큰 증권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기존 8개 사에서 12개 사로 확대했다. 이번에 새로 협의체에 참가하는 곳은 NH농협은행, 케이뱅크 등 금융사 2곳과 펀블, 아이디어허브 등 조각 투자사 2곳이다. 계좌관리 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금융기관의 추가 참여로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기반이 되는 분산원장 방식의 신뢰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또 조각 투자사 2곳은 각각 부동산, 특허권을 조각 투자하는 곳이다. NH투자증권 중심의 협의체가 내놓을 토큰 증권이 해당 영역의 조각 투자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24일 STO 비전그룹 출범 이후 월 단위로 정기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앞서 KB증권은 ST오너스를, 신한투자증권은 STO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인 카사를 인수하며 토큰 증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과 STO 컨소시엄 ‘넥스트파이낸스 이니셔티브(Next Finance Initiative)’ 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사실 지금 당장 증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발행 주체가 유통을 같이하지 못하는 등의 규제와 투자 한도 등 넘어야 할 벽이 있고 플랫폼 구축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STO 시장이 열렸을 때 빨리 선점하기 위해 지금은 물밑 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조직을 키우는 증권사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TO 시장은 2024년 말 개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전까지는 샌드박스(일시적 규제 면제) 형태로 영업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주식, 채권 같은 자산들도 전자 증권에서 토큰 증권 형태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 구축 노하우를 지금부터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토큰 증권은 해외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분야다. 블랙록은 올해 연례 서한에서 토큰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글로벌 토큰 시장 규모가 지난해 3100억 달러(약 409조원)에서 2027년 7조6000억 달러(약 1경24조원)로 5년 만에 24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토큰 증권의 제도권 편입은 올해 자본시장의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며 “향후 1~2년간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 외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큰 증권은 상품당 1개 증권사에서만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상품을 소싱해오는 증권사의 경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활성 이용자(MAU) 증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토큰 증권이 도입되면 미술품, 부동산 외에 한우, 선박, 항공기, 무형 자산 등도 조각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투자기업 KKR이 자사 비상장주식 펀드를 토큰화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사모 토큰 증권을 적극 권장한 바 있다. 사모 토큰 증권은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빠른 발행이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꼽히는데, 사모 토큰 증권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산에는 헤지펀드, 사모 주식, 사모 대출, 사모 부동산 등이 있다.
한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향후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유통 부문의 선진화 방안’을 묻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거래소는 연내 토큰 증권에 대한 시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혁신 분야에 있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으니 투명한 정보 공개와 투자자 보호 등 거래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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